
오늘 아침 유어스테이지 시니어블로그에 '사랑전도사' 님께서 옮긴 '두 수녀님의 아름다운 은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50년을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소외된 지역이었던 소록도에서 75세까지 헌신적으로 봉사하다 고향으로 가신 수녀님들이 남긴 편지였습니다. 한 장 편지만으로 두 수녀님을 이해하기 미진한 듯하여 성복동 성당 신부님 강론말씀을 곁들여 덧붙입니다.
두 분 수녀님 중 한분은 처음부터 수녀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찾았던 게 아니고, 젊고 잘생긴 의사 약혼자가 고국인 오스트리아에 있었는데, 봉사자로 2년 계약을 하고 소록도에 오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났을 때 소록도를 떠나지 못하고 약혼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하고 결혼해 줄 여자는 많이 있겠지만, 여기 있는 한센 환자들과 살아줄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 후 일흔을 훌쩍 넘긴 연세가 되기까지 소록도 한센병 환자들 곁을 떠나지 않은 거지요. 수녀님은 잘 사는 나라에서 빈곤했던 우리나라로 오셨고,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환경이 열악했고 격리되었던 소록도를 택하셨습니다. 당신 자신을 거기에 맞추어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희생적으로 봉사하신거지요. 음식에서부터 고국에서 살아온 자신의 고정관념, 가치관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20대 초반 꽃다운 처녀 때부터 가난한 남의 나라에서 봉사로 평생을 임하시다가, 75세가 되어 떠나신 것도 당신이 한센병 환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공동체에 짐이 되고 있다고 느끼면서였을 것입니다. 50년 가까이 자신의 삶을 부수어서 뜨거운 불에 구워 한센병 환자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먹이고 돌보았습니다. 수녀님께서는 3년전 대장암 수술까지 받았다고합니다. 이런 거룩한 분들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이제 한센병이 극복된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 이것을 먹는 사람들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이 빵은 세상에 있는 나의 살이다."라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요한복음 6.41-51). 누군가에게 나를 내어줌으로써 그들을 기쁘게 하고 마음의 힘을 얻고 영적인 삶, 활력 있는 삶으로 발전시키고 유지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밑거름으로 나를 줄 수 있는 그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빵의 신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록도에서 50여년 사랑으로 봉사하다 말년에 고향으로 돌아가신 수녀님들이 바로 요한복음 말씀의 '빵' 같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밀알이 변형하여 성스러운 빵이 되신 수녀님들의 일생을 보면서, 아직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고 고통 없는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마음, 끝없는 현세의 복락만을 바라보느라 나를 내려놓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운 아침입니다.
두 분 수녀님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전도사'님이 블로그에 올렸던 수녀님 편지 내용>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저에게 아주 어렵게 썼습니다. 한편은 사랑의 편지이지만은 한편은 헤어지는 섭섭함이 있습니다. 우리가 떠나는 것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한다고 해도 헤어지는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겁니다. 각 사람에게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겠지만 이 편지로 대신합니다.
마가렛은 1959년 12월에 한국에 도착했고 마리안나는 1962년 2월에 와서 거의 반세기를 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 이곳에서 간호로 제일 오랫동안 일하고 살았습니다.(천막을 쳤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천막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현재 우리는 70이 넘은 나이입니다. 소록도 국립병원 공무원들은(직원) 58세~60세 나이에 퇴직합니다. 퇴직할 때는 소록도에서 떠나야 되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는 건강이 허락이 될지 몰라 이곳을 비워주고 다른 곳에 가서 사는 것은 저희들의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향으로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우리 나이가 은퇴를 지나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우리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없어도 환자들에게 잘 도와주는 간호사들이 계셔서 마음 놓고 갑니다. 옛날에는 약과 치료 품들이 많이 필요 했을 때 고향에서 도움을 받아 도와 드릴 수 있었습니다. 현재 소록도는 여러 면에서 발전되어 환자들은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서 우리들은 아주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가끔 저희가 충고 해 주는 말이 있는데 그곳에서 제대로 일할 수가 없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줄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자주 말해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말을 실천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편지를 보는 당신에게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우리는 부족한 외국인으로써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같이 지내면서 저희에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을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을 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 대신 감사해 주실 겁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리안나 올림
마가렛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