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잘 죽는 법 - 입관체험

petrus(베드로) 2013. 8. 8. 08:56

   SBS TV 24부작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과시하던 재벌회장 최동성은 마지막 사흘 애끊는*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형제애까지 저버리면서 평생 일궈온 거대 그룹을 막내딸 서윤에게 물려주어 자신이 쌓아온 '황금의 제국'을 지키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후계 문제를 둘러싼 가족들 간의 알륵,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백수(白手) 장태주가 합세하면서 줄타기와 뒤통수·반전이 난무하며 더 많은 것을 챙기기 위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맞습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두려움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려놓지 못하고 지키려는, 한도 끝도 없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해서 사람들은 이 마지막 순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종교에 의지하기도 하고, 살아오면서 저질러온 잘못, 죗값을 봉사와 적선으로 상쇄해보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탐욕으로 얼룩진, 그래서 지킬 것이 많아진 사람들은 죽음의 두려움에서 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수지노인복지관(관장 김현숙)이 마련, 지난 달 4일 개설한 '하늘여행' 프로그램 진행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장마와 무더위 속에 '마음의 준비를 위한 버킷리스트 강좌(2회기)', '나의 사망기와 묘비명 작성(3회기)', '평온의 숲 견학(4회기)', '존엄한 마무리(5회기)' 등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을 수행해온 회원들과 담당 이보라 사회복지사 등 20명은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유언장 작성과 '입관체험'을 하기 위해 오늘(88)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효원힐링센터로 향했습니다.

 

수지노인복지관 '하늘여행' 프로그램. 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제1회기 '첫 만남', 제2회기 '버킷리스트작성', 제3회기 '묘비명 쓰기', 제4회기 '평온의 숲' 견학.

 

   오후 1시 현장에 도착한 회원들은 각양각색 표정으로 영정사진을 찍고 입관 체험 마음의 준비를 위한 강의를 들은 후 '마지막 이별' 동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이어서 생애 마지막 편지라고 할 수 있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센터에서 마련한 수의를 입고 가상 입관 체험을 했습니다. 3시간 여에 걸친 오늘 입관 체험으로 회원 모두는 안 좋았던 기억들을 관속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삶, 행복한 삶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20131월 오픈한 효원힐링센터(원장 강진영)의 -다잉 체험*은 "자기성찰과 영혼의 정화를 통해 감사와 배려, 용서와 화해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한 장()입니다. 이 곳에서는 임종체험 뿐 아니라, 웃음강의도 들을 수 있으며,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답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 문의 전화 : 1644-3350, 02-2637-8873 * 이메일 : help@hwhealing.com  * 홈페이지 : http://www.hwhealing.com/

 

 

<말·글 갈무리>

* 애끊는 : 심적으로 아주 심한 고통을 표현하는 말 '애끊다'와 '애끓다'가 헷갈린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애끊다'는 몹

시 슬퍼 창자가 끊어질 듯하다'는 의미이고, '애끓다'는 '몹시 안타깝거나 답답해 속이 부글부글 끓는 듯하

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애끊다'가 더 고통스러운 표현이 되겠습니다.

* -다잉(heal-dying) 체험 : 힐링(healing)+죽음(dying)의 합성어. 가상 죽음체험을 통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효원힐링센터의 용서와 화해, 사랑 실천 프로그램.

 

 

도큐멘터리 '웰 다잉' - 효원힐링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