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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망구!

petrus(베드로) 2011. 7. 16. 16:39

 

 

 

줄기차게 쏟아지던 비가 잠시 멈칫, 해가 얼굴을 내밀었네요.

2년여 전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 "할망구!" )을 댓글과 함께 포스팅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할망구!”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얕잡아서, 혹은 정겹게 부르는 말입니다.

또 사람들이 나이많은 여성을 비하의 뜻을 담아, 얕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찌 들으면 정겹고, 어찌 들으면 몹시 기분 상할 수도 있는

이 할망구라는 단어는 어떻게 하여 생겨났을까요?


우리 전통 유교사회에서는 웃어른의 연세를 이를 때

예순 살·일흔 살 하지 않고 육순(六旬) 칠순(七旬), 또는 60세·70세 등

숫자 뒤에 '순(旬)'이나 '세(歲)'를 붙여 높이 일렀습니다.

또 환갑(還甲)이나 칠순 잔치 등과 같은 수연(壽宴)을 경축하기 위해

부조금 봉투나 단자 등을 쓸 때에도 별칭을 썼는데,

‘망구’ 역시 이러한 별칭 가운데 하나입니다.

 


‘망구(望九)'는 사람 나이 81세, 곧 여든한 살의 별칭입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아흔 살까지 살기를 바란다는 염원의 뜻을 담고 있는 말이지요.

같은 의미로 '망칠(望七)'은 61세, '망팔(望八)'은 71세,

'망백(望百)'은 91세를 이르는 말입니다.

 


'할망구'는 여기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그런데, 예전엔 평균 수명이 낮아 81세까지 사는 어른이 많지 않았으며

더구나 남자 어르신들은 더욱 적었습니다.

자연 ‘망구’ 대열에 살아 남은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망구하면 나이 많은 여성을 가리키는 말처럼 되었고,

할머니들이 대부분인 점에서 할망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할망구!”

만수무강(萬壽無疆)의 뜻이 담긴 ‘할망구’가

제자리를 찾아 정중하면서도 정겹게 들릴 날이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 | 2009/05/15 21: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높은 숫자들이 아직은 멀리 보이는데 거리가 점점 좁혀지겠지요?
    할망구! 하고 불러줄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공부 잘했습니다.

    • petrus | 2009/05/15 21:47 | PERMALINK | EDIT/DEL

      어이구 밝은숲 님 무슨 말씀을 그리하신대요?
      맑은 공기 속에 자연과 벚해 머슴같은 서방님 사랑받으며 사시니, 또 어머님 생각하며 자서전 써드려야하니... 望百한들 족하시겠습니다.^0^

  • christina | 2009/05/15 21:53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럼 전 [할망육]? 그건 더 이상하니 그냥 [할망구]로 불러줘요. 그러구보니 90까지 살겠다는 욕심인가요?

  • 신민주 | 2009/05/15 22: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할망구가 정겹게 들릴날은 아마도 없을겁니다...ㅎㅎ
    이미 할머니를 비하해서 부르는 말로 낙인이 찍혀버린걸요.
    저는 꼭 할망구만큼만 살다 갔으면 좋겠습니다...ㅋ

    • petrus | 2009/05/15 22:31 | PERMALINK | EDIT/DEL

      언어문화는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니 모를 일이지요.
      다미님은 낙천적이어서 충분히 望百하고도 20여년은 더 사실겁니다..ㅎ

  • 배꽃 | 2009/05/16 00:13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할망구만큼만 건강하게 잘살다가
    아쉬움 없이 떠날 수있으면 좋겠습니다.

    • petrus | 2009/05/16 14:46 | PERMALINK | EDIT/DEL

      배꽃님, 착하게 사시어서 망구 아니라 망백하시고도 남을 것입니다.^^

  • 사랑하는것들 | 2009/05/16 07: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할망구'라고 하면 비하적인 느낌이 강한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90까지 사시라는 덕담이라기 보다는 늙어 노망든 여자쯤의 느낌이죠.
    대신 '할+망구'에서 할을 빼고 그냥 '망구'라고 부른다면 원래 뜻대로 '오래 사세요'라는 의미가 되겠지만,
    호칭으로는 사용하면 안되겠지요.
    그건 그렇고, 시니어님들 모두 望百+9 하세요..

    • petrus | 2009/05/16 14:49 | PERMALINK | EDIT/DEL

      그러게요. 시절따라 언어가 바뀐다고 해도 쉽지 않겠지요.^^
      우리나라 여성 평균연령이 망구를 넘어선지 오래 되었으니 望百+9은 의당 하셔야지요.

  • 나루 | 2009/05/16 11:0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어쩌다 할미꽃이 잘렸나요?
    보기 딱해요.

    • petrus | 2009/05/16 14:44 | PERMALINK | EDIT/DEL

      아, 글쎄 그 넘의 할망구꽃이 이 글에 오르기를 거부하네요..ㅠㅠ

    • naroo | 2009/05/16 17:40 | PERMALINK | EDIT/DEL

      할망구꽃이 이제 허리를 피셨네요.ㅎㅎ

    • petrus | 2009/05/16 21:53 | PERMALINK | EDIT/DEL

      동방의 별님 덕에 할망구 꽃이 다 죽어가다가 망백하게 생겼습니다.^^
      나루 님,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