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갈무리/알고나 쓰자고요

설날, 세배와 덕담 / 말·글 갈무리

petrus(베드로) 2014. 2. 1. 17:20

우리 민족의 명절 설날 아침입니다. 설 하면 생각나는 게 설빔과 세배입니다. 새해를 맞아 부모님과 일가 친척 어른들을 찾아뵙고 새해 인사로 세배 드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풍습이지요. 이 세배 풍습은 면면히 이어져 내려 지금도 설 명절이면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새롭게 예를 갖춰 세배하며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세배를 할 때 절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어른께 "절 받으세요." "앉으세요."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런 말은 불필요한 말이며 명령조여서 절 받는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삼가야겠습니다. 주위가 좀 산만하다싶을 때에는 "인사드리겠습니다."하고 절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는 게 좋겠습니다. 보통의 경우 그냥 말없이 절을 합니다. 세배 그 자체가 인사이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와 같은 말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세배를 할 때는 덕담을 주고받게 됩니다. 덕담은 주로 어른이 아랫사람에게 하게 되므로 그냥 세배를 드린 후 앉아서 어른의 말씀을 기다리면 되겠습니다. 어른께서 아무 말씀 없으시거나, 덕담을 내린 후라면 "과세 안녕하십니까?" "두루두루 여행 많이 하세요." "운동 많이 하신다죠?" 정도로 가벼운 인사말씀을 드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요즘같이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때에 "오래오래 사세요."라든가 "만수무강하십시오." 따위의 인사말을 하는 것은 자칫 의도했던 것과 달리 어른에게 서글픈 마음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삼가는게 좋겠습니다. 몇 해 전 정초에 어느 선배를 만난 자리에서 "선배님 건강 조심하십시오."했다가 “내가 벌써 자네가 건강 걱정해줄 정도로 늙었단 말이냐”며 정색하시는 바람에 민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설날 아침,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서로서로 좋은 말만 골라서 사용하는 슬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새해 福 많이 지으세요.

 

 

'종심(從心)'의 나이에 스스로에게 하는 새해 다짐 : "늙되 낡지는 말자"
* 종심(從心) :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으로 나이 70을 이르는 말.

子曰, 吾…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공자 가라사대, 내… 나이 칠십엔 마음이 하자는 대로 따라도 경우를 넘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