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부활 대축일 다들 잘 보내셨는지요?
저에게 이 번 부활절에는 두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 대구대교구 욱수성당에서 7개월 전 인도한 예비자가 세례를 받는데,
그의 대부가 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기쁜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쁜일은 지난 6개월간 네 번째 시도한 어느 냉담 교우에 대한
회두권면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제가 다니는 대구 정평성당 성야 미사때 그가 온 것입니다.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우리 본당 형제 몇이서 함께 막걸리 한 잔 하고 있는데 이 형제가 혼자
들어왔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일행과는 아는 사이였습니다.
반갑게 합석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저는 이 분이 냉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앙얘기가 오가면서 그에 대한 회두권면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냉담자와 신앙얘기를 시작할 땐 이를 영적인 싸움으로 규정짓고
대화에 임합니다.
우선은 속으로 구마기도를 하면서 대화합니다.
하느님을 멀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적인 사정은 제쳐놓고,
'어둠의 세력'(마귀)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이 형제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데 방해하는 마귀들은 물러가라!"
이와 함께 기도도 끝임없이 속으로 되뇌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형제가 신앙적인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사는 곳이 우리 성당 관할 내이므로 다가오는 교중 미사때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이 형제로는 처음 가는 성당이라 서먹할까봐 신부님 면담 등을 주선하기 위해
10시까지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미사 시작 때까지 이 형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날 주일 밤 미사에 저의 1독서가 있었습니다.
밤미사 후 신부님이 "스테파노씨는 주일날 미사를 두 번 참례합니까?"
라고 인사를 하십니다.
남 속도 모르고.......
바람 한 방 맞은 다음 날 전화를 해도 이 형제는 받질 않고.....
섭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처음 만난 사이면 서로에 대한 정보와 신뢰감이 약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미사 때나 기도 중에 그 형제를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한 달 뒤에 그 형제를 또 만났습니다.
약속 어긴데 대한 사과도 받고 또 신앙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다시 약속을 잡았습니다.
반 쯤 기대하고 교중미사 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번에도 여지없이 바람을 맞았습니다.
지난 번과 같이 이 날도 미사 두 번 참례하고.......
한 참 뒤 우여곡절 끝에 전화 통화 하면서 세 번째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 날도 여지없이 미사만 두 번 참례하는 은총을 누림으로 족해야 했습니다.
이젠 인간적으로 그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신앙 이전에 인간적인 신뢰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포기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부활 며칠 전 우연히 또 그 자리서 만났습니다.
꼭 웬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기마저 일더군요.
또 시도합니다.
이 번에는 저간의 사정을 주욱 들어주었습니다.
이 형제에게도 남 모를 아픔이 참으로 많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기도하면서 이 번에는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밤 9시 성야 미사에 오면 좋은데, 꼭 안 와도 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그 날 본당 미사 전례에 사진 찍는다고 앞뒤로 다니고 있는데 맨 뒤에 그가 앉아 있는게 아닙니까!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그를 꽉 부둥켜 안을 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적셔졌습니다.
환희와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겠지요.
그의 귀에 대고 "예수님 감사합니다."라고 속삭이니 그의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 형제가 우리 본당에서 신앙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되겠지요.
한 가지 제가 약간 소홀히했던 것은 애시당초 이 일은 '영적인 싸움'으로
인식하고서도 3 번 실패하면서 감정에 치우쳐 포기할 뻔 했다는 점입니다.
냉담자 회두권면이나 예비자 인도는 더욱 더 '영적인 싸움'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감정적인 흐름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봅니다.
'성당 > 선교위원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 심성수련교실' 열어 - 성복동 성마리아요셉성당 (0) | 2015.02.28 |
---|---|
성복동성당 '15 제1차 선교특강 (0) | 2015.01.29 |
예비신자 성지순례 / 은이성지 - 2014.10.19 (0) | 2014.10.20 |
성복동성당 예비신자 교리교사 피정 / 어농성지-2013.11.08 (0) | 2013.11.12 |
성복동 성당 예비신자 교리교사 피정 (0) | 2013.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