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선교위원회

[스크랩]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 냉담자 회두권면 사례

petrus(베드로) 2014. 11. 16. 01:59

 

 "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부활 대축일 다들 잘 보내셨는지요?

저에게 이 번 부활절에는 두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 대구대교구 욱수성당에서 7개월 전 인도한 예비자가 세례를 받는데,

그의 대부가 되었다는 것이 첫 번째 기쁜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쁜일은 지난 6개월간 네 번째 시도한 어느 냉담 교우에 대한

회두권면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제가 다니는 대구 정평성당 성야 미사때 그가 온 것입니다.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우리 본당 형제 몇이서 함께 막걸리 한 잔 하고 있는데 이 형제가 혼자

들어왔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일행과는 아는 사이였습니다.

반갑게 합석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저는 이 분이 냉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앙얘기가 오가면서 그에 대한 회두권면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냉담자와 신앙얘기를 시작할 땐 이를 영적인 싸움으로 규정짓고

대화에 임합니다.

우선은  속으로 구마기도를 하면서 대화합니다.

하느님을 멀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개인적인 사정은 제쳐놓고,

'어둠의 세력'(마귀)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이 형제가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데 방해하는 마귀들은 물러가라!"

 

이와 함께  기도도 끝임없이 속으로 되뇌입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형제가 신앙적인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사는 곳이 우리 성당 관할 내이므로 다가오는 교중 미사때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이 형제로는 처음 가는 성당이라 서먹할까봐 신부님 면담 등을 주선하기 위해

10시까지 성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미사 시작 때까지 이 형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날 주일 밤 미사에 저의 1독서가 있었습니다.

밤미사 후 신부님이 "스테파노씨는 주일날 미사를 두 번 참례합니까?"

라고 인사를 하십니다.

남 속도 모르고.......

 

바람 한 방 맞은 다음 날 전화를 해도 이 형제는 받질 않고.....

섭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처음 만난 사이면 서로에 대한 정보와 신뢰감이 약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미사 때나 기도 중에 그 형제를 기억하려 애썼습니다.

 

한 달 뒤에 그 형제를 또 만났습니다. 

약속 어긴데 대한 사과도 받고 또 신앙에 관해 이야기 하면서 다시 약속을 잡았습니다.

반 쯤 기대하고 교중미사 때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번에도 여지없이 바람을 맞았습니다.

지난 번과 같이 이 날도 미사 두 번 참례하고.......

 

한 참 뒤 우여곡절 끝에 전화 통화 하면서 세 번째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 날도 여지없이 미사만 두 번 참례하는 은총을 누림으로 족해야 했습니다.

 

이젠 인간적으로 그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신앙 이전에 인간적인 신뢰감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포기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부활 며칠 전 우연히 또 그 자리서 만났습니다.

 

꼭 웬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오기마저 일더군요.

또 시도합니다.

이 번에는 저간의 사정을 주욱 들어주었습니다.

이 형제에게도 남 모를 아픔이 참으로 많이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속으로 기도하면서 이 번에는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밤  9시 성야 미사에 오면 좋은데, 꼭 안 와도 되니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그 날 본당 미사 전례에 사진 찍는다고 앞뒤로 다니고 있는데 맨 뒤에 그가 앉아 있는게 아닙니까!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그를 꽉 부둥켜 안을 때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적셔졌습니다.

환희와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겠지요.

 

그의 귀에 대고 "예수님 감사합니다."라고 속삭이니 그의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 형제가 우리 본당에서 신앙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되겠지요.

 

한 가지 제가 약간 소홀히했던 것은 애시당초 이 일은 '영적인 싸움'으로

인식하고서도 3 번 실패하면서 감정에 치우쳐 포기할 뻔 했다는 점입니다.

 

냉담자 회두권면이나 예비자 인도는 더욱 더 '영적인 싸움'으로 강하게 인식하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감정적인 흐름에 치우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봅니다.

출처 : 주님의 느티나무에서
글쓴이 : 청천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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