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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 드리는 '묵은세배'

petrus(베드로) 2015. 2. 18. 22:30

 

까치설날에 묵은세배 겸 연하카드로 사용했던 새신자 찾기 '선교포스터'

 

 

도끼에 발등 찍히면 아픕니다. 믿던 도끼에 언 발등 찍히면 더 아픕니다. 도끼로 나무를 해 먹고 사는 나무꾼, 맨날 자기 도끼에 제 발등 찍힙니다. 눈물 쏟아지게 아파도 그는 그 도끼를 버리지 못합니다. 자기 발등 찍은 제 도끼를 다시 들기 싫으련만… 천직이기에, 가족 때문에… 그는 다시 나무를 하기 위해 도끼를 지게에 얹습니다.

 

믿었던 사람이 배신하면 속 많이 상합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절친'에게 당하고 나면 가슴 저미게 아픕니다. 모진 세파를 헤쳐나가려면 찍고 찍히는 건 다반사입니다. 미움·원망 쌓이면 울화병 되고 100세 건강에 지장 있습니다. 태생 몰랐던 사이니 다시 몰랐던 사이로 되돌리고 싶지만, 교우님들의 '착한' 성정에 무 자르듯 외면할 수도 없으시지요?

 

이른바 ‘100세 시대’를 구가하는 요즘입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너나없이 장수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여명(餘命)에 대한 위험한 착각이지요. 환갑·칠순 넘긴 연세면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말씀이지요. 한데도 아웅다웅 '도토리키재기'(http://blog.daum.net/gyihk/10493213)하며 살아가야 하는건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11,29)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 밤입니다.

 

'육십이 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 종심소욕(七十而從心所欲)’을 되뇌보는 세밑입니다. '나이 60이면 귀에 거슬리는 말도도 그냥 지나치게 되고, 칠십에는 마음 하자는대로 따라도 크게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지난 해 가까웠던 지인들과 주고받다 다친 크고 작은 상처들, 가는 ‘청마(靑馬)’ 등에 툭툭 털어 실어 보내고, '청양(靑羊)'의 새해 새 마음으로 양처럼 순하게 둥글둥글 살아 보심은 어떨는지요?

 

설 명절이 코 앞이네요. 지난 한 해도 많은 천주교우님들과 주님 품에서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특히 연식 다된 소생의 신앙생활을 도와주신 성복동성당 교우님네들 고맙습니다. 상서로움의 상징 청양의 새해, 주님 큰 은총이 여러 교우님과 함께 하시길 우러러 기원하면서, 삼가 묵은 세배(舊歲拜)를 올립니다.

 

새해 福 많이 받으세요. ^^

 

 

 

 

< 덧글 1 > 묵은세배(舊歲拜) : 설날 직전인 음력 섣달 그믐 무렵, 지난 한 해 잘 보낸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 드리던 우리나라 전래 풍습.

 

< 덧글 2 > 이 글은 수년전 소생 블로그에 올렸던 포스트와 인터넷신문에 기고했던 칼럼을 믹스, 리라이트했습니다.